직장인이 싫어서 공무원을 뛰쳐나왔다. 그런데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중고 신입으로 교육 회사에 취업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다.
명분은 좋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사업을 위해 새로운 일을 배울 필요도 있었다.
사실은 두려움이었다. 여전히 직장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가 주는 안정감을 내려놓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다시 직장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 잘 맞았다. 즐거웠다. 아이들도 '나'를 좋아했다.
나름 잘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꾸 의구심이 들었다. "이 일이 정말 내게 맞는걸까?"
확신이 없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 느꼈다.
그런데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할까?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표를 내고 모든 걸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 또 다른 내가 있었다.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는 나였다.
안정된 직장, 그리고 월급이 주는 안정감을 원했다.
환경은 바뀌었지만 나는 변하지 않았다. 과거의 나를 죽여야 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과거의 나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투쟁이 필요했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3간이 없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자꾸만 ‘이만하면’을 외치고 있었다. ‘이만하면’ 공무원보다 낫잖아. ‘이만하면’ 할 만하잖아. 또다시 ‘이만하면’이라는 말과 타협하고 있었다.
3간으로 채워진 삶을 위해 다시 몸부림치기로 했다. 나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기로 했다. 과거와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심했다.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새로운 현실은 없다.
기적은 극단에서 일어난다.
평균 상태에서는 결코 변화가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모든 변화는 극단에서 일어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퇴사했다. '나'를 찾겠다는 청년의 방황은 여전히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