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처절한 고통이 시작됐다. 무기력에 빠졌다. 매일 아침이 두려웠고,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참혹했다. 자유를 원했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토록 원한 자유 앞에서 내 자유의지는 무너졌다. 준비되지 않은 자유는 고통이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불안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그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다시 복종을 선택한다. 나 역시 이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도망칠까?
자유의 반대는 질서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질서를 원한다.
질서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무질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자유는 무질서에 가깝다. 규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무질서 속에서는 언제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기에, 인간은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무리에 속하고 규칙을 따른다. 자유는 인간에게 역설적인 존재인 것이다.
나는 자유의 고통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자유의 대가를 모른 채 퇴사를 선택했다.
지나고 나서야 퇴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준비된 퇴사란 무엇일까?
행동이다. 행동이 미래를 예측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정의하는 행동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행동이 없었다. 생각만 있었을 뿐이다.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 결과를 만드는 것은 결국 행동이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매일 쌓이면 미래가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매일 글을 쓴다. 요리하는 사람은 매일 요리를 한다. 운동하는 사람은 매일 훈련한다.
행동은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행동에도 종류가 있다. 돈이 되는 행동과 되지 않는 행동이 있다.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돈이 되는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돈이 되는 행동을 만들지 않았다.
직장 생활 중에도 부지런히 책을 읽었고, 1년에 80권 정도 읽었다.
물론 지적 성장을 이루고 자기실현도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단지 만족에 그쳤을 뿐이다.
퇴사 준비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돈이 되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업으로 삼기를 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퇴사가 두려운 것이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알았지만, 돈이 되는 일을 몰랐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하자.
좋아하는 일은 보통 인풋의 영역이다.
내 경우 독서와 글쓰기가 이에 해당한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기화한다.
이것들은 그저 좋아하는 일이다.
잘하는 일은 아웃풋의 영역이다.
잘한다는 건 타인의 평가다. 어떠한 결과물이 있어야만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인
풋만으로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나는 퇴사할 때 인풋만 알았다.
아웃풋도, 돈이 되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돈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생산적 활동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있다.
먼저 좋아하는 일로 취향을 파악하고, 그 취향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든다.
그 결과물이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줄 때 비로소 아웃풋이 되고 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 가치를 팔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치가 좋아도 팔 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일 = 취향이 드러나는 일
잘하는 일 = 타인에게 가치를 주는 일
돈이 되는 일 = 가치를 팔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이 되는 일은 구분되지만 서로 연결된다.
퇴사 전에 이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고, 그것을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퇴사 후 생존할 수 있다.
나는 이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구축 중이다.
그래서 매일 두려움에 맞선다. 퇴사는 생각보다 어렵다.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부족했던 나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매일이 생존이다. 세상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깨닫고 있다. 그래서 나아간다.
다시 한번 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퇴사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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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어떤 행동으로 채워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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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동이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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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치를 직접 팔아본 경험이 있는가?
이 세 가지에 답할 수 있다면, 생존할 확률이 높다.
나도 이걸 미리 알았다면 더욱 견딜만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