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X같은 회사를 떠날 수만 있으면!
퇴사만 하면!
퇴사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기대했다.
완전한 자유가!
완전한 내 삶이!
완전한 새 삶이!
나를 반길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세상은 역시,
‘역시나’다.
…
‘XXX같은’으로 표현되던 회사,
‘XXX’가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증오, 파괴, 악랄, 혐오 등등등
부정적 방향으로 치우친 편이다.
“팀장을 증오해!”
“회사를 폭파해야 해!”
그런데 퇴사 직후,
머지않아 그 의미가 정반대로 변하게 된다.
증오, 혐오, 악랄, 파괴적 감정의 대상이던 회사,
퇴사하고 나니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회사에 고맙다.
감사합니다.
절마저 하고 싶다.
알고보니,
회사가 내 시간을
대신 관리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일 때는
회사가 시간을 뺏어가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실상은 내 시간을 뺏어가기는커녕
나 대신 관리해주고 있었다.
직장인의 하루는 보통 이렇다.
새벽 6시
꾸역꾸역 머리 감고 말리고 세수하고,
지옥철로 향하고부터
저녁 8시
지옥철 뚫고 저녁을 찹찹 먹고
집에 돌어와 내 시간이 되기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회사를 위해 쓴다.
그렇다 보니
회사가 내 시간을 뺏어가는 듯 느낀다.
그러나
퇴사 후 삶을 겪어보니
뺏어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 시간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회사가 도와줬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새벽 6시, 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없다면?
매일매일 정해진 행선지가 없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알아서 시간 계획을 잘 짜서,
알아서 매일 할 일을 잘 계획해서,
철저하게 계획대로 순탄히 살아갈 것 같은가?
아니면
오늘은 뭐 하지?
오늘 아침에는 어딜 가지?
내일은 뭐 하지?
내일 점섬에는 어딜 가지?
고민할 것 같은가?
대부분 후자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철저하게 계획된 할 일 목록에 따라,
철저하게 계획된 시간표에 따라,
알아서 순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하루를, 자기 시간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갈 줄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표를 그대로 따르는 하루에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이런 불편한 진실을 모른다.
나와봐야만 알 수 있다.
회사 다닐 때는
매일매일 잘 짜인 회사 시스템 속,
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하루의 가치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 안에서 나오는 순간
그 가치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람이란 지금 손아귀에 가진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한번 잃어봐야만
그 보물의 가치를 눈치채곤 한다.
비앙리 퇴사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