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지 어느덧 7개월이 됐는데
사실 더 오래된 기분이다.
퇴사하자마자 책 집필에 몰두하며 책을 출간하고,
감정수련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북토크도 하고,
1:1 감정코칭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많은 변화들을 경험 중이다.
그동안의 변화 속에서 경험한 것들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 이런 삶도 있구나
평일 오전 10시반에 요가 수업을 듣고
11시반쯤 집으로 오면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고요할 수 없다.
또는 오후 3시쯤 조용한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새삼 모든 것이 고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변의 나무는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나뭇잎은 은은한 바람에 따라 살랑인다.
내 마음은 평온함으로 가득 찬다.
나는 이때 의식적으로 걸음을 더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돌아본다.
그리고 새삼 놀란다.
‘이런 삶도 있었구나.’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이 모든 것들을 놓치고 살았고
이런 삶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확신시켜줬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어. 이 삶은 원래부터 내 거였어.’
나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가치 있는 삶이 도대체 뭘까?
내가 어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봤는지
기억을 못하고 바쁘게만 사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삶일까?
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삶의 모든 것을 만끽하며 사는 지금의 삶이 나는 좋다.
- 부모님의 불안 그리고 미래의 불안함
부모님은 이런 나를 여전히 불만족스럽게 여긴다.
부모님의 기준에서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답이다.
나는 확신하고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지는 부모님은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의 믿음과 응원이 없다는 건 꽤 치명적이다.
내가 나의 삶에 확신이 있을 때는 괜찮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불안함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 또한 방황하게 된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나 또한 이런 불확실성에 온몸을 내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터놓고 대화를 할 때면
나의 내면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실감한다.
내 무의식 속에 심어진 믿음은 예전과는 현저히 다르다.
나는 이제 진심으로 나 자신과 삶을 믿고 있었다.
최근에는 불안해하는 부모님에게
내가 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금융치료를 해줬는데
효과가 너무 직빵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역시 금융치료가 최고다.
부모님의 안심이 필요하면 금융 치료를 적극 활용해 보시길.
- 친구의 중요성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됐다.
퇴사할 무렵 비티오님과 앙박님을 알게 됐다.
과연 그들이 내 곁에 없었다면 퇴사 후의 삶이 이렇게 견딜만했을까?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것은
인생을 훨씬 더 충만하고 즐겁게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비티오님과 앙박님과는 비슷한 길을 걷고 있고
서로의 상태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서로 의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나의 삶의 방향이 바뀌니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전부 바뀌게 된다.
나는 퇴사 후 좋은 인연들을 많이 알게 됐다.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절대 인생에서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그만큼 나의 삶은 전보다 훨씬 더 확장됐다.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나의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을 먼저 찾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은 더 큰 기대가 된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 상황들, 공간들
모든 것이 나는 무척 기대된다.
퇴사 후 1년 뒤의 삶을 이렇게 정리하며 적게 될 때,
나는 분명 지금보다도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한 뒤일 것이다.
그때 이 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생각하겠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구나. 정말 잘 왔다.'
그렇게 삶이라는 파도를 즐겁게 타보려고 한다.
천천히, 자유롭게.